못을 가로지르는 파문은 비단 잉어로부터 시작되었다.


붉음, 검정, 하양.


다시금 붉음, 검정, 하양. 드물게 노랑.


색색이 화려하게 물든 비늘은 좋은 먹이와 좋은 환경 덕택에 거무죽죽하게 변할 틈이 없었다.


당신은 나와 닮았네. 어떻게든 확인 받고 싶어하는 점이.


이제와 그런 말이 떠오를 이유는 뭐란 말인가. 괜한 억하심정에 자갈밭을 검집으로 긁어내린다. 자갈이 자르륵 소리를 내며 굴러나간다.


다른 명도들과는 다르다. 자신은 명도를 흉내낸 위조품이다. 허나 좋은 검임은 틀림 없다. 허나, 허나.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열등감이 싫다. 위작이라는 꼬리표는 진절머리가 난다.


이 못에 있는 비단 잉어는 좋은 혈통이랬던가. 잡념을 끊어내려 또 다른 잡념을 끌어내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나는 비단 잉어만치 못한 존재란 말인가. 부정적 흐름을 막을 수 없다.


풍류는 모른다 하지 않았어?


배후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리었다.


몰라도 구경쯤은 할 수 있지.


차마 네 탓이라곤 할 수 없었다. 나는 지금의 주인에게 인정받고 싶다고, 말할 수 없었다.


다가오는 기척이 있다. 무시하고 싶었다. 그러나 물상신의 본능은 그를 허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히 보인다.


눈과 눈이 마주친다. 치켜올라간 네 눈매가 부드럽게 누그러진다.


위작이니 뭐니 하는 자괴감에 허우적거리는 중이었겠지. 그렇지?


허점을 파고드는 솜씨는 여전히 매섭다. 건방지기 짝이 없다. 마땅히 그러하듯 나는 굳이 답 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시선을 돌린다.


붉음, 검정, 하양. 드물게 노랑.


거봐. 당신은 나와 닮았다니까.


제게 꽂한 시선이 사라진다. 못에 인 파문이 빛에 반사되어 선명해졌다, 이내 흩어진다.


당신은 명도야.


자갈 하나가 못에 떨어진다. 파문과 파문, 사방으로 흩어지는 잉어떼.


굳이 이름 따위에 신경 쓸 이유는 없어. 당신은 내 명도니까.


손쉽게 부정하고, 긍정한다. 네 그런 점을 닮고 싶었을지 모른다.


나가소네 코테츠는 곤도 이사미와 이 사니와의 어엿한 명도야.


잉어떼는 자갈 하나 치 위협에 저 밑으로 숨어들었다. 못에 파문은 없다. 잔잔한 수면 위로 비추는 것은 나와 너와 빛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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