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물게도 뙤약볕 아래 누워있는 주인의 모습이 보인다. 썩 먼 거리임에도 인기척을 느꼈는지 입을 열었다.


있지, 찬란함은 쉽게 무너져.


볕은 뜨거우나 아직 매미가 우는 계절은 아니다. 기껏해야 풀벌레가 우는 소리만이 들려온다. 이럴 때 하는 뜬구름 잡는 소리는 또 '그거'겠군.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있었지?


하얀 원피스가 빛을 발하는 것 같다. 눈이 부셨다.


그냥, 혼자 있으려니까.


가느다란 팔이 제 눈가를 가린다.


명상이라도 했나보아.


작게 웃음 소리가 들린다. 유리 구슬이 구르는 소리 같았다.


그런 거 아냐.


팔이 내려간다. 검은 속눈썹 밑으로 초록빛 눈이 드러난다.


곁에 있지.


마음대로.


이외의 별다른 대화는 없다.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만해진다.


*


옷은 흰색 하나로도 충분해. 전장에서 붉게 물들면, 답게 되잖아?


눈을 감으니 과거의 편린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분명 제가 막 이 혼마루에 편입했을 적이다.


이상한 취향이네.


초대면부터 한 대화라곤 믿기지 않으리라.


다치는 게 좋은 사람도 아니고.


불퉁한 말이나 웃는 낯이었다.


왜 다치는 쪽이 나라고 생각하지?


입꼬리를 비스듬히 끌어올린다. 네가 이맛살을 조금 찌푸렸다. 그 모습이 썩 귀여웠다.


적의 피일지 누가 아나.


안개처럼 부옇던 추억이다. 그곳에 오로지 너만이 선명했다.


헌데 아가씨는 이미 학이 되었군.


흰 소매에 묻은 핏자국. 옅은 피냄새. 당시의 내가 아닌 지금의 내 감정이 타들어간다.


고양이한테 긁혔어. 목욕시켜줬거든. 고양이는 물을 싫어하잖아.


상처, 고양이, 물.


지금의 나는 네가 찬란하다 생각한다. 부실만큼.


*


츠루마루, 당신은,


적막을 깨는 목소리가 있었다.


어떻게 생각해?


무엇을, 하고 되물으려던 입을 다문다. 나뭇잎 바스락 소리가 들린다.


글쎄.


타들어가는 감각을 기억해낸다. 네가 아픈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그러나 그 찬란한과 눈부심은 아직도 선연하다. 인간의 모방에 불과한 심장이 뛴다.


무너지지 않을 찬란함이라면, 의외성과 놀라움이 있어 좋다 생각한다만.


초록은 안정감을 준다던가. 희한하게도 내게는 그리 효과가 없었다.


너는 그런 사람이지.


또 한 번 웃는 소리가 퍼졌다. 유리구슬이 굴러간다.


당신 진짜 이상해.


녹색 눈에 오롯하게 나만이 비추어진다. 충만함이 만족감으로 바뀐다.


그것 참 감사하군.


칭찬 아니야.


볕은 여전히 뜨거웠다.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보통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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