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언제나 변덕스럽다. 때문에 인간에게 조건 없이 주어진 힘은 이유 없이 사라진다.


 사니와에게 있던 사물의 의지를 끌어내는 능력은 어느 순간 힘을 다 한 것처럼 기화했다. 가까스로 남은 흔적이요 증거는 이미 현현되어있는 남사들 뿐.


 겨우내 아름다움을 과시했던 눈동백은 때가 되어 시들고 빛이 바랬다. 사니와는 그 모습이 마치 저와 같다고 생각했다. 의미 없는 자조다. 한숨을 내쉬며 곁에 있는 작은 짐꾸러미를 들어올린다. 작은 만큼 무게 역시 가볍다. 이곳에서 쌓은 자신의 명예도 고작 그 뿐이리라.


 "이걸로 끝인가?"


 문 앞을 지키고 있는 남사는 의외의 인물이었다. 오사후네 도파의 태도, 다이한냐 나가미츠. 연이 닿은지 얼마 되지 않은 검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쉬워서 말이야. 너 같은 사람에게 구애 한 번 못 해보고 넘어가는 건."


 뭐, 그는 그런 검이었다. 사니와는 그런 다이한냐 나가미츠가 썩 좋았다. 고운 말을 해주는 이가 싫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별 건 아니고, 그간 고생 많았어. 이리 와."


 은발의 검이 사니와에게 두 팔을 벌린다. 본디 그의 주인이었던 이는 스스럼 없이 품에 안겼다.


 "이제야 겨우 한 번 안아보네."


 전부 끝나갈 때서야 말이야. 검 역시 주인과 닮은 꼴로 자조하며 웃었다.


 "봄이지. 기온은 따뜻해지고, 벚꽃도 한창 피어나고, 생명들이 되살아나는."


 다이한냐 나가미츠는 사니와의 등을 토닥였다.


 "네게도 새로운 시작이 함께하길 바라고 있을게. 이곳에서."


 검이 주인에게 남긴 것은 마음 뿐만이 아니었다. 사니와는 제 머리를 장식한 무언가를 만져본다. 굳이 보지 않아도 쉽사리 알 수 있었다. 눈동백, 그와 닮은 꽃.


 "눈꽃이 필 때쯤이면 다시 나를 생각해줄래?"


 또한 아스라이 바스라져 사라질 것만 같은 미소를 남기고.


또각또각.


마루 위에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신발굽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또각또각, 끼익, 또각또각.


마루 위에서 눈을 감은 채 춤추는 이는 키가 큰 여성이자 자신의 주인이다. 현대식으로 재해석된 무무(巫舞)라던가. 조만간 있을 회합에서 몇몇 사니와들과 함께 선보일 춤이라고 하였다.


아니, 선보인다기엔 조금 다를까. 강제로 하게 됐다는 쪽이 옳을 것이다. 통지를 받고 난 이후 진저리 치는 모습을 보았으니 대강 어림짐작 가능했다.


또각또각, 스르륵.


주인은 미끄러지듯 무릎 꿇어 앉는다. 그리고 감았던 눈을 뜬다.


왔으면 얘길 하지.


녹색 눈동자가 온전히 나를 향한다.


어땠어?


나와는 달리 그녀의 말엔 별다른 감정이 담기지 않는다. 이번에도 그저 궁금할 뿐이겠지. 늘상 있는 일이었다.


굉장해! 늘 예쁘지만, 이번에도 예뻤어.


사실이다. 내 모든 말은 마음에서 우러난 진심을 담고 있었다.


너무 예뻐서 넋놓고 보느라 인기척도 못 냈네. 미안.


그러면 주인은 우스갯소리를 들었다는듯이 웃어넘긴다.


또 그런 농담따먹기 한다.


농담따위가 아닌데. 항의를 하고자 입을 벌렸으나 이내 머리를 후려치는 생각에 입을 다문다.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았지.


아니, 아니다. 한 번 더 정정한다.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 의미가 다른 것 뿐이다.


다름은 다름이다. 옳지 않은 틀림이 아니며 그저 같지 않다. 오직 그러했을 터임에도 한번 깨닫고나면 모조품에 불과한 심장이 아려온다.


있지, 주인은 내가 귀여워?


어차피 내가 듣고 싶은 답은 나오지 않으리라.


물론, 귀엽지. 카슈가 제일 귀여워.


거짓말쟁이. 당신은 나를 귀여워만 하잖아. 나는 제일이 될 수 없어. 당신의 제일은 다른 녀석이니까, 나는 안 되잖아.


목끝까지 차오른 불평은 당연히 내뱉지 못한다. 쓴맛이 나는 언어를 집어삼키고 낯에 거짓된 미소를 끌어올린다.


주인이 나를 귀여워해줘서 다행이야.


아니, 전혀 다행스럽지 않아. 나는 언제고 불행했어.


나는, 카슈 키요미츠는, 거짓말쟁이 주인을 사랑하며 그 자신 또한 거짓말을 고하는 거짓말쟁이다.


또각또각.


제게 한 번 미소지어준 주인은 다시 한 번 무무를 춘다. 거짓말쟁이의 춤은 놀랍도록 아름다웠다. 가슴이 시릴만큼이나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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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모습을 감춰 별빛이 쏟아지는 밤이다. 인간의 모습으로 현현한 몸. 이러한 밤이 되면 검인 자신도 조금, 감성적이 되곤 한다.


끝없는 정적, 이어지는 고요. 얄팍한 바람에 흩날리는 것은 붉게 물든 단풍과 제 머리칼. 오롯이 홀로 남은 이 시간이 썩 나쁘지 않았다.


사락사락.


의미없는 발걸음을 옮긴다. 산책이라도 하고 싶은 건가. 제 행동이 스스로도 이해가지 않는다. 잔디가 밟혀 기분좋은 소리를 낸다. 요 근래에 자주 보이는 인조 잔디가 아니다. 전부 살아있는 식물이었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본 별빛이 밝다. 찬란하다는 말이 부족할만큼이나 밝았다. 아름다운 광경이다. 가까이서 보면 좋으련만, 이곳에 망원경 같은 물건이 있을 턱 없다. 시선을 하늘로 두고 발 닿는 장소로 움직인다. 어딘가 별 구경하기 좋은 위치가 있으리라.


이윽고 도달한 곳은 다름아닌 유리 온실. 한참도 전에 만들어졌지만, 왜인지 쓰이지 않고 식신에 의해 관리만 되던 장물이었다. 평소라면 아무도 없을 장소이기도 했다.


안녕, 바보짓이라도 하러 왔어?


길고 검은 머리칼, 녹색 눈. 저희를 통솔하는 영수다.


말버릇 하곤. 너야말로 뭘 하는 거지?


영수의 발밑을 훑어본다. 하얀 원통과 그를 원조하는 검은 받침대. 천체 망원경.


별 구경. 나는 도시에서 나고 자랐거든. 그래서 이렇게 공해 없이 별을 볼 기회가 적었어.


아이는 천천히 무언갈 조작했다. 어렴풋이 모양만 아는 저로서는 무슨 조작인지 알 길이 없었다.


달이 덜 밝으니까 별이 많이 보이잖아. 문뜩 생각나더라고. 사놓고 잊었던 게.


조잡한 움직임이 멎는다. 영수는 거리낌 없이 본체를 돌려 제게 향했다.


기왕이니 당신도 볼래? 제법 볼만해.


순수한 호의였다. 거절할 이유는 없다. 유리알 너머 풍경은 별세계였다. 보랏빛 비단에 수놓인 색색의 금사. 쏟아지는 별무리. 별과 별, 별, 그리고 별.


예쁘지?


영수는 맨눈으로 하늘을 올려보며 만족스레 웃는다. 별이 가득한 하늘보다도 소담스러운 풍경이었다.


거대한 본성의 주인, 후카이 히카루는 무엇이든 해내고 무엇이든 이루어내는 유능한 심신자다. 우아한 행동거지와 무기질적인 표정, 삿된 것에겐 독이 되는 혈액, 거기에 팔백만의 신에게 사랑받는 체질. 그이를 이루는 것들은 하나같이 쉽사리 무시할 수 없는 것 뿐이었다. 분명 유력한 퇴치사 가문의 두번째 후계자라는 사실 하나쯤은 지워져도 아무렇지 않으리라. 이렇게 걸출한 인물의 흠이 되는 점을 굳이 찾자면, 후카이 일문치곤 영력이 적은 것 정도일까. 허나 그마저도 타고난 통제 및 조절 능력으로 메워버렸더랬다.


단순한 서술로는 후카이 히카루라는 사람의 대단함이 와닿지 않을 터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사례와 비교해보면 어떨까. 평범한 심신자 한 명이 출진해 시간역행군과 맞서면, 적게는 열명에서 많게는 백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 시간 정부는 이 정도의 개변율을 대략 5~10% 로 잡고 있다. 그리고 후카이 히카루-이하 히카루-의 출진 시 개변율은 대략 1%. 심지어는 백 번에 가까운 출진에도 사상자 단 한 명 내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수치였다. 누군가는 의심하고 누군가는 추궁했으나 계속되는 활약에 이윽고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후카이 히카루는 거목이 될 묘목이다, 라고.


10대 후반이라는 어린 나이에 심신자의 자리에 앉은 히카루는 순식간에 상위자의 자리에 앉게 됐다. 그렇게 출진 이외에도 타 본성 점검이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주로 배신자 색적, 남사들의 안위 확인이 목적인 점검은 그이의 결벽한 성격과 맞물려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권력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폐단이 속속들이 드러난 것이다. 많은 본성이 해체되고, 새로운 본성이 생겨났다. 왜, 고여있던 썩은 물이 빠지면 새로운 물이 들어오기 마련이지 않나. 순환이 시작되자 강은 빠르게 회복하기 시작했다. 어쭙잖은 것이 빠져나가고 단단한 것이 들어왔다. 시간 정부의 전력은 착실히 강해졌다. 혹자는 그를 두고 이렇게 평했다. 후카이 히카루가 살아있는 한 역사 개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경외의 대상인 붉은 기모노이자 공포의 대상인 살아있는 재앙으로 군림했다.


현재 히카루의 남사인 야겐 토시로 역시 과거 해체됐던 본성 소속이었다. 거점이 해체됨과 동시에 오갈 곳 없어진 그와 그의 형제는 제 의지로 히카루의 검이 되기를 희망했다. 타인의 눈엔 잦은 학대를 일삼은 주인에게서 구해준 이를 따라가는 것처럼 보였으리라. 적어도, 겉으로는.


심신자들은 정기적으로 회합에 참여한다. 사이가 나쁘지 않은 이상, 남사와 동행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니까, 야겐 토시로 역시 자신을 학대하는 주인과 함께 회합에 참여한 적이 있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 때가 현 주인인 히카루와의 첫만남이었다.


첫눈에 반한다고 하던가. 야겐 토시로는 아와타구치의 단도 중 나름 연배가 있는 축인 탓인지, 그런 것을 믿지 않았다. 단순히 매력적인 소재 아닌가? 그것이 그의 오랜 견해였다. 단지 그 뿐이었던 것이 산산히 부서져내렸다. 함께한 고코타이가 아닌, 다른 주인과 참여한 형제에게 이끌려 간 곳은 그 주인의 곁이었다. 부드러운 꽃내음과 함께 눈에 들어온 붉게 빛나는 진사 색 홍채는 단정한 정복과 어우러져 이다지도 사랑스러울 수 없었다. 단순히 마주한 것만으로도 남몰래 마음을 허락할만큼,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형제-미다레 토시로-의 손에 이끌려 그녀를 마주했던 일은 그다지 기억하지 못 했다. 순식간에 밀려오는 감정을 억누르기 바빴으니 말이다. 아마, 아마도, 그 탓에 저와 제 형제를 포함한 동료들이 처한 상황을, 에둘러 실토했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녀가 연말 점검이라는 핑계로 전혀 다른 지역에 있는 저희 본성까지 올 이유가 없었다.


그는 우연을 가장해 찾아온 그녀에게 이끌리듯 하나부터 열까지 주인의 학대를 모두 털어놓았다. 극한까지 전장에 몰아넣은 일, 이랬다 저랬다 줏대없이 화풀이를 한 일, 너희는 할 수 없다며 존재 자체를 깎아내린 일. 무능하지만 입만은 가벼운 주인 덕택에 이 본성에서 당신의 인망은 바닥을 긴다는 사실 역시 전했다. 아마 제 형제는 물론이요, 다른 누구도 이를 고발하지 않으리라 단언한 것은 덤이었다.


스스로도 왜 이런 것을 주절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오래간 함께한 주인보다 단 한 번 마주했을 뿐인 사람을 신뢰했나? 아니면 그녀가, 상처받지 않길 바랐나? 이제와서 생각해본들 답은 나오지 않을터다. 모두 지난 일이었다. 벌써 두 해 하고도 열 한 달 전 일이었다.


야겐 토시로가 보는 후카이 히카루는 완벽한 주군이었다. 제 사람에게 한없이 다정한 성품, 온화한 행동거지, 강단있는 일처리. 주인으로서 무엇하나 빠지지 않은 그이에게 있는 유일한 단점은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는 다는 점이다. 다음달이면 야겐이 그녀의 혼마루에 들어온지 꼭 삼 년째가 된다. 그럼에도 그는 그녀의 '무른 면' 내지는 '틈'을 본 적이 없었다. 정서적으로 가까워진다 한들 그 뿐이었다. 장난을 걸고 농을 치는 사이가 되더라도 '틈'은 보이지 않았다. 그랬을 터였는데.


"...?"
"...."


주방에 정적이 흘렀다. 주인이 미츠타다가 찬장에 숨겨둔 화과자를 몰래 먹고 있다. 명석한 단도는 자신이 동생을 사니와라 착각한 게 아닐까, 의심했다. 그만큼 진심으로 제 눈앞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런 그를 대신해 먼저 침묵을 깬 것은 히카루였다.


"... 모쪼록 지금 보신 건 비밀로 해주시겠습니까? 특히 형님분이나 미츠에게."


제법 간절한 낯이었다. 평소라면 볼 일 없겠지.


"바란다면 그렇게 하긴 하겠다만."


야겐 토시로는 무심코 고개를 갸웃거렸다. 간식이 적은 편이던가? 아니, 히카루는 소식하는 사람치곤 주전부리를 많이 먹는 편이다. 평소에 하지 않는 이상행동이나 식이장애의 원인 1순위는 과도한 스트레스 탓이다. 최근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있었나? 이 또한 아니었다. 그녀는 얼마전에야 정부측의 간청에 첫 유급휴가를 받은 참이었다. 그럼 무어가 문제지? 자신은 주인의 문제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누가 무어라 해도 저는 이 본성에서 의료지식이 가장 많은 자였다. 주인의 치료가 자신의 몫임을 그 누구도 부정치 않으리라. 비록 그녀가 구색이 무색하리만치 말도 안 되는 속도로 회복할지라도 말이다.


"야겐."


진사색 눈을 한 주인이 눈을 맞추어왔다. 사랑스럽다는 생각도 잠시, 불시에 미간을 누르는 손짓이 있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눈썹을 찌푸린 모양이었다.


"무슨 생각 하시는지 다 보입니다. 표정 푸세요. 당신께서 얼굴에 생각을 드러내다니, 드문 일이군요."


야겐은 그녀의 손짓을 거두고 헛웃음을 지었다.


"그게 몰래 군것질하는 대장을 보는 것만 할까."
"무슨 의미입니까?"
"피차일반이라는 거지. 서로 보기 드문 모습을 봤네."
"... 드시겠습니까?"


주인의 권유에 토시로의 단도는 잠자코 손사레를 쳤다. 그리곤 적당히 앉아 야무지게 간식을 털어먹는 주인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정말 드문 일이었다. 비져오르는 입꼬리를 가만 놔둔채 턱을 괴었다. 진사 색 눈을 마주한 탓일까, 처음으로 만났을 적이 떠올랐다. 그때도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심장을 간질이는 것이 아플 정도로 달았다. 지금처럼.


단도는 애써 흘러넘치는 연심을 누르고 과자로 시선을 돌렸다. 목이 메이지도 않나? 만들길 앙금으로 만들어 차 없인 먹기 힘든 과자였다. 단 것을 좋아하는 자신도 몇 개 먹다 놓아버릴만큼 달기도 했다. 그런 과자를 잘도 차 없이 오물오물 먹고 있었다.


"... 제가 몰래 과자를 꺼내먹는 게 그렇게 이상합니까?"


불시에 나온 물음이었다. 백의를 입은 안경 소년이 눈을 크게 떴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는 말이 목 끝까지 치밀었으나 가까스로 억눌렀다.


"이상하다기보단, 희귀하다고 해야할까. 뭣보다도..."


뭣보다도 말이지. 야겐 토시로는 천천히 히카루의 모습을 곱씹었다. 끊임없이 오물거리는 것이 마치-


"모몬가 같아서."


그녀는 겨우 입에 넣은 것을 삼켰다. 그리곤 황당하다는 낯으로 그를 보았다. 야겐 토시로는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듯 천연스레 어깨를 으쓱이곤 미소지었다.


"야겐 같은 단도가 어딨습니까?"


히카루가 질린 낯을 했다. 마찬가지로 본 적 없는 표정이었다.


"여기 있잖아."


제 주인을 소개 시켜준다 저를 이끌었던 형제, 미다레 토시로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었다. 히카루는 뻔뻔한 사람에게 약하다. 그 말대로 그녀는 야겐 토시로가 막 주방에 드러섰을 때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완전히 굳어버린 것이다. 주방으로 향하는 기척을 알아채지 못할 만큼.


그는 굳이 바깥 상황을 알리지 않았다. 히카루가 한 부탁은 비밀로 해달라였지 망을 봐달라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문을 열자마자 제 형님과 미츠타다 형씨가 간식을 먹는 주인을 발견한 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었다. 이치고는 만면에 경악을 띄웠고, 쇼쿠다이키리는 화를 띄웠다. 늘 반응이 적은 히카루마저 반사적으로 뒷걸음질 칠만한 기백이었다.


"히카루!"


먼저 성을 낸 이는 근시,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였다.


"야겐!"


다음으로 성을 낸 이는 단연 야겐 토시로의 큰 형- 이치고 히토후리였다. 왜 말리지 않았냐는 이유겠지.


"하아, 요즘 왜 얌전한가 했어... 이젠 안 그런다며?"


이젠 안 그런다고? 예전엔 했다는 얘긴가? 의문을 가짐과 동시에 주인이 저답지 않게 딸꾹질을 시작했다. 근시는 짐을 내려놓고 차를 따라 건넸다. 그러면서도 입놀림은 멈추지 않은채였다.


"상자에 빈 자리가 있으면 바로 알아차렸을 거야. 어쩔 생각이었어?"


멋지지 못하게 차를 들이마신 히카루는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다시 사넣는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미츠타다는 정의의 철퇴로 이마에 딱밤을 하사했다. 야겐 토시로는 참지 못하고 웃어버렸다. 터진 웃음보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아 말없이 제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이치고가 마지못해 말문을 터야 했다.


"야겐, 웃지 마. 야겐도 잘못이 있잖아?"


형님은 언짢은 기색이 역력했다. 그의 꾸지람에 야겐은 간신히 웃음을 멈추었다.


"아, 응. 그렇지. 미안."
"야겐은 무슨 잘못을 했지?"


이치고히토후리가 저를 포함한 연장자 단도 다섯에게 입이 닳도록 하던 말이 있었다. 충신은 군주가 옳지 못한 길로 나아갈 때 바로잡아주어야 한다. 그 말을 어긴 꼴이 되었으니, 형님이 열을 낼만도 했다.


"「주군의 그름을 정정하지 않았다.」겠지?"


그는 혼나고 있다는 자각이 있음에도 생글거렸다. 이치고는 기막힌다는 표정으로 마저 나무랐다.


"알면서도 방관했구나."
"음, 그렇게 되지."


아와타구치의 장남은 태연자약한 제 동생의 반응에 한숨을 쉬었다.


"멈추지 않은 이유는?"


그는 형님의 시선이 따가울만큼 집요하다 생각했다.


"그야,"


야겐 토시로는 가만 제 형의 반응을 살피다 히카루에게 시선을 던졌다. 미츠타다 형씨에게 혼나면서도 담담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어지간히도 목이 말랐던 모양이었다.


"귀여우니까."


히카루는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사레들렸다.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도 입이 멎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마지막으로 제 형님, 이치고히토후리는 크게 탄식하며 이마를 짚었다.


"야겐 군."


외눈의 남사가 겨우 입을 열었다.


"야겐 군 같은 단도가 어딨어?"


주인과 똑같은 말이었다. 그렇다면 할 대답도 똑같았다.


"여기 있잖아."


야겐 토시로는 전과 다르지 않게 턱을 치켜들고 당당하게 지껄였다. 히카루가 삽시간에 폭소를 터뜨렸다.


"대장이 이리 신나게 웃는 건 처음 보는데."


그 중얼거림에 미츠타다가 답했다.


"나도 오랜만에 보네. 처음엔 종종 봤지만, 일이 있고 나선 좀체 웃질 않았지..."


척안의 태도 한 자루는 아스라이 흐려진 옛 추억을 그리듯 감상에 잠겼다. 일생에 단 한 자루 뿐인 검 역시 처음으로 느낀 기쁨을 내색했다. 오로지 단 한 사람, 거대한 본성의 주인- 후카이 히카루만이 미묘한 안색으로 야겐과 두 태도를 살폈다. 분명 제 행실을 곱씹어보는 중이리라. 이쯤에서 추가타가 필요하겠지. 야겐 토시로는 히카루에게 보란듯이 눈꼬리를 접어보였다.


"미츠타다 형씨는 예전에도 봤다는 모양이지만, 나는 오늘 처음 봤거든. 대장이 몰래 군것질 하는 거."


두 태도가 움찔거렸다. 효과는 확실하군. 주방 안, 유일한 단도는 마저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예전이라 하면, 나나 고코타이가 오기도 전, 임시로 본가에 있었을 때지? 나고 자란 곳이니 편하게 이런 장난도 쳤겠지."


금색 눈동자 셋에 빛이 감돌았다. 미츠타다는 그렇지, 하고 고개를 끄덕였고, 이치고는 멋쩍은 표정을 했다. 주인은 두 사람의 태도에 또 한번 제 품행을 되짚어 보는 모양이었다. 침침하기 짝이 없는 표정이었음에도 그의 눈에는 고아보였다.


"요는, 요는 말이지."


야겐 토시로는 빙글거리며 고의적으로 말을 늘였다. 아마 이쯤이면 다른 둘도 제가 무얼 말하고 싶은지 눈치 챘을 것이다.


"오늘은 기념삼아 넘어가 달라고. 3년만에 첫 휴가를 받기도 했잖아? 오죽 좀이 쑤셨으면 이런 장난을 쳤겠어."


대장은 일중독자잖아. 이것이 마지막 공격이었다.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는 깨달은 눈빛을 하곤 장렬히 무너졌다. 이치고히토후리는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깊은 고민에 빠졌다. 물론, 야겐 토시로는 제 형의 고민이 무엇인지 신경 쓸 생각은 없었다. 도망이 우선이었다. 각자의 세계에 빠진 두 태도를 뒤로한 그는 키들거림을 숨기지 않고 히카루에게 속삭였다. 이틈에 도망치자, 대장. 그녀는 다시금 실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덕분에 살았습니다."
"뭘. 나도 빠져나왔잖아? 덕분에 산 건 나도 마찬가지야."


이치 형은 생각보다 잔소리가 심하거든. 야겐이 털어놓듯 우스갯소리를 하니 히카루는 뜻대로 웃어주었다. 당장 어제보다 허물없는 태도였다. 몇 년만에 제대로 마음을 열어준 것이다. 야겐 토시로는 지금 그녀가 취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환희를 느꼈다.


"대장,"


무심결에 문장 첫머리를 내뱉었다. 한차례 뇌까리고 나니 다음은 쉬웠다.


"이곳에 오기 전에, 전 본성 근처엔 시냇가가 있었어."


심신자가 처음으로 밝게 웃어준 것처럼, 단도도 처음으로 아픈 시절의 이야기를 꺼냈다.


"처음으로 죽겠구나, 싶을 때 도망간 곳이었는데 말이야. 그 부근에 있는 조릿대가 꽤 예뻤거든."


히카루는 끼어들지 않고 제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그래서 종종 고코타이와 도망쳐 나오곤 했어.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두 사람은 계속 다리를 움직여 자리를 옮겼다. 우습게도 둘 다 어디로 향하는 것인지 몰랐다.


"어느날은 말이지, 냇물에 조릿대잎 배가 꽤 빠르게 내려오더라. 그 시냇가, 하류라 유속이 느렸어. 어떻게 그리 빠른지 의아했는데."


어느새 바깥 마당까지 다달았다. 가벼운 미풍이 불었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잎이 흩날렸다. 완연한 봄이었다.


"산들바람이 불더라. 바람이 밀어주는 거였어."


야겐 토시로는 후카이 히카루의 앞에 섰다. 그는 그대로 그녀의 양손을 들어 제 뺨을 묻어버렸다. 기분 좋은 온기였다.


"제대로 만든 배는 아니었지. 이파리 중간에 줄기를 끼워둔 정도. 바람이 조금 세지니까, 금방 침몰했고."
"그렇군요"


묘하게 안타깝다는 투였다. 단도는 잘게 웃었다.


"나는 당신에게 일어난 '그 일'이 무슨 일인지 몰라. 억지로 알아낼 생각도, 끄집어낼 생각도 없어. 그러하면 침몰할테니까."


진사 색 눈이 약간 흔들렸다.


"당신의 어떤 것이라도 알고 싶다는 게 내 본심이야. 조급하지만 채근하지 않겠어. 다만, 내가 바라는 것은."


소년은 여성의 손을 놓아주는 대신 포옹했다. 키차이 탓에 소년이 역으로 안긴듯한 모양새가 되었다.


"언젠가 당신 스스로 내게 이야기 해주길 바라."


그 언젠가를 기꺼이 기다릴게. 여성은 소년을 마주 안았다. 단 꽃향기가 소년의 코끝을 간질였다. 작약 향기였다. 주방에서 작은 소란이 이는 것을 모른 체 할 수 있을만큼 짙은 향기였다.


새로운 삶을 시작되는, 완연한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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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을 가로지르는 파문은 비단 잉어로부터 시작되었다.


붉음, 검정, 하양.


다시금 붉음, 검정, 하양. 드물게 노랑.


색색이 화려하게 물든 비늘은 좋은 먹이와 좋은 환경 덕택에 거무죽죽하게 변할 틈이 없었다.


당신은 나와 닮았네. 어떻게든 확인 받고 싶어하는 점이.


이제와 그런 말이 떠오를 이유는 뭐란 말인가. 괜한 억하심정에 자갈밭을 검집으로 긁어내린다. 자갈이 자르륵 소리를 내며 굴러나간다.


다른 명도들과는 다르다. 자신은 명도를 흉내낸 위조품이다. 허나 좋은 검임은 틀림 없다. 허나, 허나.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열등감이 싫다. 위작이라는 꼬리표는 진절머리가 난다.


이 못에 있는 비단 잉어는 좋은 혈통이랬던가. 잡념을 끊어내려 또 다른 잡념을 끌어내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나는 비단 잉어만치 못한 존재란 말인가. 부정적 흐름을 막을 수 없다.


풍류는 모른다 하지 않았어?


배후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리었다.


몰라도 구경쯤은 할 수 있지.


차마 네 탓이라곤 할 수 없었다. 나는 지금의 주인에게 인정받고 싶다고, 말할 수 없었다.


다가오는 기척이 있다. 무시하고 싶었다. 그러나 물상신의 본능은 그를 허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히 보인다.


눈과 눈이 마주친다. 치켜올라간 네 눈매가 부드럽게 누그러진다.


위작이니 뭐니 하는 자괴감에 허우적거리는 중이었겠지. 그렇지?


허점을 파고드는 솜씨는 여전히 매섭다. 건방지기 짝이 없다. 마땅히 그러하듯 나는 굳이 답 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시선을 돌린다.


붉음, 검정, 하양. 드물게 노랑.


거봐. 당신은 나와 닮았다니까.


제게 꽂한 시선이 사라진다. 못에 인 파문이 빛에 반사되어 선명해졌다, 이내 흩어진다.


당신은 명도야.


자갈 하나가 못에 떨어진다. 파문과 파문, 사방으로 흩어지는 잉어떼.


굳이 이름 따위에 신경 쓸 이유는 없어. 당신은 내 명도니까.


손쉽게 부정하고, 긍정한다. 네 그런 점을 닮고 싶었을지 모른다.


나가소네 코테츠는 곤도 이사미와 이 사니와의 어엿한 명도야.


잉어떼는 자갈 하나 치 위협에 저 밑으로 숨어들었다. 못에 파문은 없다. 잔잔한 수면 위로 비추는 것은 나와 너와 빛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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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게도 뙤약볕 아래 누워있는 주인의 모습이 보인다. 썩 먼 거리임에도 인기척을 느꼈는지 입을 열었다.


있지, 찬란함은 쉽게 무너져.


볕은 뜨거우나 아직 매미가 우는 계절은 아니다. 기껏해야 풀벌레가 우는 소리만이 들려온다. 이럴 때 하는 뜬구름 잡는 소리는 또 '그거'겠군.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있었지?


하얀 원피스가 빛을 발하는 것 같다. 눈이 부셨다.


그냥, 혼자 있으려니까.


가느다란 팔이 제 눈가를 가린다.


명상이라도 했나보아.


작게 웃음 소리가 들린다. 유리 구슬이 구르는 소리 같았다.


그런 거 아냐.


팔이 내려간다. 검은 속눈썹 밑으로 초록빛 눈이 드러난다.


곁에 있지.


마음대로.


이외의 별다른 대화는 없다.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만해진다.


*


옷은 흰색 하나로도 충분해. 전장에서 붉게 물들면, 답게 되잖아?


눈을 감으니 과거의 편린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분명 제가 막 이 혼마루에 편입했을 적이다.


이상한 취향이네.


초대면부터 한 대화라곤 믿기지 않으리라.


다치는 게 좋은 사람도 아니고.


불퉁한 말이나 웃는 낯이었다.


왜 다치는 쪽이 나라고 생각하지?


입꼬리를 비스듬히 끌어올린다. 네가 이맛살을 조금 찌푸렸다. 그 모습이 썩 귀여웠다.


적의 피일지 누가 아나.


안개처럼 부옇던 추억이다. 그곳에 오로지 너만이 선명했다.


헌데 아가씨는 이미 학이 되었군.


흰 소매에 묻은 핏자국. 옅은 피냄새. 당시의 내가 아닌 지금의 내 감정이 타들어간다.


고양이한테 긁혔어. 목욕시켜줬거든. 고양이는 물을 싫어하잖아.


상처, 고양이, 물.


지금의 나는 네가 찬란하다 생각한다. 부실만큼.


*


츠루마루, 당신은,


적막을 깨는 목소리가 있었다.


어떻게 생각해?


무엇을, 하고 되물으려던 입을 다문다. 나뭇잎 바스락 소리가 들린다.


글쎄.


타들어가는 감각을 기억해낸다. 네가 아픈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그러나 그 찬란한과 눈부심은 아직도 선연하다. 인간의 모방에 불과한 심장이 뛴다.


무너지지 않을 찬란함이라면, 의외성과 놀라움이 있어 좋다 생각한다만.


초록은 안정감을 준다던가. 희한하게도 내게는 그리 효과가 없었다.


너는 그런 사람이지.


또 한 번 웃는 소리가 퍼졌다. 유리구슬이 굴러간다.


당신 진짜 이상해.


녹색 눈에 오롯하게 나만이 비추어진다. 충만함이 만족감으로 바뀐다.


그것 참 감사하군.


칭찬 아니야.


볕은 여전히 뜨거웠다.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보통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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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그믐, 달이 해를 삼키고 자시를 넘어 축시. 얼어붙은 밤을 달래는 노래는 허공의 카구라. 상냥한 음색이 흐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깨비불을 선두로 한 백귀야행 행렬이 본성 바로 앞을 지나간다.


불, 요괴, 요괴, 불. 그리고 또 요괴.


믿음이 지고 바스라진 오늘날에 와선 흔치 않은 광경이다. 허나 이나리의 검은 그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다. 관심을 두는 것은, 검은 머리의 인간 뿐.


무얼 그리 보십니까?


인간은 줄지어 흘러가는 요괴 무리에 눈을 떼지 않고 답한다.


이런 건 처음 봐서. 좀 감동하는 중이야.


찬 바람이 검 한 자루와 인간 한 명을 감싸안고 지나간다. 눈동백이 흩날린다.


먹을래?


인간은 몸을 움츠리는 대신 제 옆에 놓인 흰 찹쌀떡을 제게 밀어놓는다.


괜찮습니다. 검인 몸, 어찌 주인의 것을 탐내겠습니까?


그제야 인간은 고개를 돌려 여우를 바라본다. 새싹을 닮은 눈이 투명하게 그를 비춘다.


먹어도 상관 없는데.


상관 없기는. 여우는 주인의 주전부리를 만든 자를 안다. 츠루마루 쿠니나가. 장난질을 즐기는 흰 학. 답지않게 주방을 들쑤시는 모습을 보았더랬다. 그 자의 투기를 사서 좋을 일 없다. 검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깝게.


푸르른 눈이 다시금 백귀야행을 향했다.


찍어두고 싶은데, 기계로는 담을 수 없겠지.


예에.


여우는 더이상 사족을 붙이지 않았다. 눈발이 흩날린다. 주인은 추워하는 기색 하나 없이 묵묵했다. 가끔 길 잃은 도깨비불이 근처를 스쳐지나가도 미동하지 않았다. 나쁘지 않은 새해라고, 여우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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